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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금지는 통행금지 부활이다 - 진보조차 외면하는 노동자의 입에 풀칠할 권리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11-03 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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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금지는 자영업자 영업시간 제한처럼 형태만 달리하는 통행금지 조치이다. 이미지는 통금 폐지 소식을 보도한 옛날 중앙일보 기사

새벽배송으로 불리는 심야 택배 금지 문제가 느닷없이 남한 사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심야 택배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이러한 움직임이 갑자기 뜨겁게 달아오른 데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뇌가 썩는다”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사람의 뇌를 썩게 만드는 요소들은 노화 이외에도 여럿이다. 이를테면 과도한 음주와 수면 부족이 대표적 사례다. 인간이 건강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밤에 충분히 잠을 자야만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새벽배송 금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금의 논쟁에서는 한 가지 중요하고 근본적인 사실이 발견된다. 아침 일찍 배달될 물품을 수령할 필요성이 있는 소비자들에 더하여 적잖은 숫자의 현장 택배 기사들마저 새벽배송 금지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 노동자의 압도적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 혹은 계산한 민주노총 측의 의도는 처음부터 크게 빗나간 셈이다.

 

이유는 뻔하다. 새벽배송를 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은 탓이다. 그리고 꼭두새벽 물건을 받아야 하루를 정상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정이 맞벌이 부부를 위시해 경향 각처에 현재 허다한 데 있다. 배부르고 무책임한 관료들의 전유물이었던 현실감각 빵점의 탁상공론이 이제는 한국의 거대 노동조합의 지도부에까지 확산되었음이 심야 택배 금지 소동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하겠다.


심야 택배 금지 주장에서 치명적으로 간과된 부분이 있다. 새벽배송 금지가 본질적으로 통행금지의 일종이라는 대목이다.


택배기사들이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거나 또는 폭주족처럼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며 차량을 운행한다면 심야 택배를 전면 금지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택배기사들의 음주운전과 난폭 운전이 새벽배송을 금지해야만 한다는 핵심적 근거로 제시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필자의 경험을 감히 소개한다면 새벽배송 기사들은 전반적으로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조용히 물건을 나른다. 그러지 않으면 고객들의 불만과 민원이 당장 택배 회사로 폭주할 게 분명하다.


일제 패망 직후 위도 38도선 이남의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이 전격적으로 실시한 야간 통행금지령은 전두환 정권이 이를 해제할 때까지 무려 40년 가까이 지속됐다. 서슬 퍼런 야간 통행금지 시대에서도 권력자들과 특권층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통행금지 시간대에 마음대로 나다녔다. 통행금지를 피하려고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야 하는 고달픈 생활은, 자정까지 귀가하지 못하고 단속 경찰관들로부터 별의별 험한 잔소리를 들으면서 유치장에 갇혀야만 하는 수모는 오직 힘없고 평범한 인민대중의 몫이었다.


통행금지 조치는 최근에 형태를 달리해 부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방역을 명목으로 식당과 술집에 대해 밤 9시 이후 영업을 금지했다. 이는 자영업자들을 겨냥한 사실상의 통행금지였다. 가뜩이나 어려웠던 한국의 자영업은 이때 완전히 초토화됐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직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을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내세운 야당에게 5년 만에 정권을 내주며 자영업자 통행금지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새벽배송 금지의 본질 또한 택배기사들에 대한 실질적 통행금지 조치이다. 문재인 정부를 실패로 이끈 주요 원인들 가운데 하나인 선별적 통행금지 정책이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우호세력으로 손꼽히는 민주노총에 의해 바야흐로 다시금 강제되려는 순간이다.


21세기 들어와 민주당 계열 정당들은 고용이 안정된 대기업 정규직과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에 자리한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열렬하고 고정적인 핵심 지지층으로 삼아왔다.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에서 공무원과 조직노동의 정당으로 정체성이 변질하고 만 배경이다


공무원과 조직노동은 자영업자 야간영업 제한이나 새벽배송 금지 같은 선택적 통행금지 정책의 부작용으로부터 무탈하고 자유롭다. 문재인 정부의 식당 영업 제한은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주었을 뿐, 생존권 자체를 침해하고 위협하지는 않았다.

 

새벽배송 금지 역시 청년들로부터 영포티로 조롱받고 야유를 당하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게는 유의미한 피해와 고통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그 대신, 요란하게 출범했던 민주당 계열 정부가 용두사미로 끝나도록 이끄는 은밀한 도화선 또다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요번 새벽배송 금지 논쟁에서 단연 스타일을 구긴 집단은 평소에 “금지를 금지하라!”라고 목청을 높였던 내로라하는 진보좌파 지식분자들이리라. 민중의 실제적 생계 문제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동성애나 성전환 같은 일들을 금지하지 말라고 유달리 목청을 높였던 내로라하는 진보좌파 지식인들은 수십만 택배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가정경제를 심각하게 곤란하게 만들 심야 택배 금지에 관해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동성끼리 섹스하고 결혼할 권리나 개 키우는 인간들이 아무 곳에서나 개 끌고 드나들 권리와 비교해 이름 없는 노동계급의 하루 세끼 입에 풀칠할 권리는 그들에겐 가볍고 하찮을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주류 보수가 여사님 때문에 거덜이 났다면, 주류 진보는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위선 때문에 쫄딱 망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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