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준석 지역구 출마의 의미는 - 한동훈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3-05 01:07:20
기사수정

이준석, 원칙 있는 패배의 길을 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경기도 화성 을 지역구 출마는 한 달 넘게 부진을 거듭해온 이준석과 개혁신당을 다시 상승세로 이끄는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지는 이준석 대표의 출마선언을 생중계한 SBS 뉴스 화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경기도 화성 을 선거구 출마를 선언했다. 화성 을 선거구는 최근 몇 년간 소위 핫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른 동탄 신도시가 자리해 있는 곳이다.

 

이준석 대표의 화성 을 선거구 출마 발표를 계기로 개혁신당은 새로 생길 예정인 화성 정 지역구에서 총선에 나오는 이원욱 의원, 용인 갑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양향자 원내대표 세 사람이 삼각편대를 이루어 경기 남부의 반도체 벨트에 일제히 출격해 공동으로 득표율을 제고하는 나름의 전략적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준석 대표의 지역구 출마는 한편으로는 아쉬운 일이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지역구 선정이 늦어지면서 이준석은 그와는 살벌한 천적관계에 놓여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때문에 생겨난 간보기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고 말았다. 안철수는 결정장애로 종종 오해받을 정도의 과도한 탐색전과 지나친 몸조심으로 간을 본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이로 말미암아 ‘간보기’는 ‘친일’과 ‘종북’ 못잖게 정치인의 평판과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게 되었다.

 

지역구로 나갈 것인지 비례대표로 출마할 건지에 대한 결심이 늦어지고, 지역구로 나간다면 어느 동네에서 출사표를 던질 것인지에 관한 최종적 결정이 지연되면서 이준석 대표는 간을 본다는 인상을 대중에게 주었다. 이는 개혁신당의 지지율과 이준석의 이미지를 아울러 적잖이 추락시키는 구실을 했다. 나는 이준석이 국민의힘을 탈당함과 동시에 일찌감치, 혹은 늦어도 개혁신당을 창당하는 시점에 출마할 지역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면 지금보다는 유리한 환경에서 선거전에 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비록 강남권은 아닐지언정 이준석이 자신은 살고 당은 망하는 최악의 결정만은 피했다는 점이다.

 

최고의 리더는 나도 살리고 조직도 살리는 사람이다. 최악의 지도자는 본인은 살고 조직은 몰락시키는 인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요 며칠 동안 급격히 난조에 빠져든 이유는 이재명 대표가 자기는 살고 당은 망하게 하는 인물로 여론의 시선에 비친 탓이다. 이준석은 이재명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선택을 했다.

 

제22대 총선 정국은 이준석에게 성공이 목표가 아닌 생존이 목적인 무대로 애당초 기본값이 설정되었다. 우리나라 정치는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와 호남의 방어적 지역주의가 서로 맞물려 작동하면서 상당수 유권자들이 막대기를 꽂아놔도 찍어주는 맹목적인, 아니 맹종하는 투표 행태에 깊숙이 중독된 상태다. 거대 양당 이외의 정치세력에게는 앞으로 가면 죽음의 계곡이요, 뒤로 가면 천길 낭떠러지인 대한민국 제도권 정치의 저주받고 파행적인 비정상적 구조에서 작금의 이준석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는 장렬한 산화이고, 명분 있는 패배이다.

 

이준석은 개혁신당 후보자들에게는 어디를 가도 험지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모든 곳이 험지임에도 과감하게 지역구 출마에 나선 이준석의 의연하고 결단력 있는 태도가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이나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 부대변인 유형의 이른바 잘디잘은 젊은 구태들과는 달라도 완전히 다른 거물급 대형 정치인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장기적으로 착실하게 성장시켜줄 것으로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확신하는 터이다.

 

한동훈, 공세종말점에 다다르다

 

이준석이 바닥을 친 것과 거의 똑같은 시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점을 찍었다. 전쟁에서 흔히 운위되는 공세종말점에 도달한 셈이다.

 

공세종말점은 더 이상 진격하기에 힘이 달리기 시작하는 한계지점을 가리킨다. 고구려에 쳐들어온 수나라 양제의 별동대는 평양성 바깥 30리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스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에서, 38선을 넘어 기습적으로 남침을 개시한 북한 인민군은 낙동강에서 각각 공세종말점과 마주했다.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 10월에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공세종말점과 맞닥뜨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김영주 현 국회부의장을 영입한 데서 공세종말점에 당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의장의 당적 변경은 자중지란으로 지리멸렬하던 분위기의 더불어민주당에 경각심을 아연 불어넣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주당 탈당을 돌연히 포기한 게 친문집단과 친명진영이 단지 심야에 모종의 타협에 긴급하게 이르렀기 때문만일까? 자당 소속의 국회 의장마저 당을 이탈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두 집단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자연스럽게 공유했을 성싶다.

 

전쟁에서 공세종말점에 다다르면 보급이 불량해진다. 이를테면 탄약과 연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고, 손실된 병력이 적시에 보충되지 않는다.

 

정치 특히 선거에서 공세종말점에 닿으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무리한 외연확장을 시도한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에게 느닷없이 선거연합을 제의했던 사례가 뚜렷한 일례다.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뜬금없고 생뚱맞은 ‘조명연합’ 발상이었다.

 

김영주 부의장 영입과 관련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친정권 성향의 보수일간지들까지 나란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해와 요구를 앞장서서 대변해온 야당의 중진 정치인이 갑자기 파란 잠바를 빨간 잠바로 갈아입고서 민주당을 요란하게 탄핵하니 이들 보수언론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치인이 공세종말점에 다다른 또 다른 징후는 워딩, 즉 말이 터무니없이 오만불손해진다는 데 있다. 이준석 대표가 한동훈 위원장에게 총선 불출마 방침을 번복하고 동탄 신도시에서 자웅을 겨루자고 요구하자 한 위원장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는 투로 이준석의 이야기를 싸늘하게 간단히 일축했다.

 

필자가 만약 한동훈에게 선거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의 입장이었다면 다음과 같이 응대하라고 진중하게 조언했으리라.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입니다. 그런 이준석이 성급하게 당을 뛰쳐나가 고생하는 모습에 제 가슴이 정말 너무 아픕니다. 이 대표가 하루빨리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한동훈은 이러한 겸손한 자세의 발언을 하지 않으려 할 게다. 정치인생의 정점을 찍고 있는 그에게는 모든 사람이 시쳇말로 졸로 보일지 모른다. 그런데 스탈린그라드 시내에서 아군 병사들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계속 픽픽 쓰러지는 형편에서도 히틀러는 스탈린과 소련군을 여전히 깔보고 무시했다.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간직되어온 고대 그리스 비극은 인간의 오만에 대한 신의 가차 없는 응징에 그 뿌리를 두었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신의 뜻이 아니라 민심이 오만한 권력자를 단호히 심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자진 유폐를 낳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만은 공천 파동으로 한국의 제1야당이 심리적으로 분당되는 사태를 불러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오만은 어떤 놀랍고 충격적인 후과를 빚어낼까? 정치의 세계만큼 천장과 바닥 사이의 간격이 좁은 곳도 드물거늘….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new.paxnews.co.kr/news/view.php?idx=39787
  • 기사등록 2024-03-05 01:07:20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정부, `대체불가 대한민국` 도약 위해 역대 최대 820.9조 예산 편성 정부는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하고,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다. 이 날 의결된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가 편성 전 과정을 주관한 첫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 9천억원을 투입해 성장주도형 재정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2027년 예산안은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반등..
  2. 정부, `2026년 세제개편안` 국무회의 의결…종부세·ISA 개편 반영 정부가 9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실거주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2026년 세제개편안` 정부안을 최종 확정했다.정부는 지난 8월 3일 개편안 발표 이후 부처 협의와 입법예고를 거쳐 차관회의를 통과한 11개 세법 개정법률안을 이 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확정된 법률안은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되어 정기국.
  3. 식약처, 식품영업자 행정절차 간소화 및 음식점 바가지요금 처분 강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접객업자의 행정 절차 부담을 줄이고 음식점의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9월 1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 및 공포했다.이번 개정안은 낡은 규제를 개선해 영업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지난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가지요금 근절대책`의 후속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우선 영업 변경신고 시 영..
  4. 중기부 2027년 예산안 18조 724억 편성…역대 최대 규모 중소벤처기업부는 2027년 예산안을 전년 본예산 대비 1조 5,491억 원(9.4%) 증가한 18조 724억 원으로 편성해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다.이 날 중기부는 소액 뿌려주기식 관행적 지원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고, 융자사업에 대한 이차보전 도입을 확대하는 등 재원을 재구조화하여 중점 사업에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이번 예산안은 창업..
  5. 2027년 농업예산 역대 최대 22조 2,215억 편성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도 예산안을 전년 대비 10.4% 증가한 22조 2,215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액과 증가율을 기록한 수치다.이번 예산안은 공익직불 3조 원 시대 진입과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등 국가 책임형 안전망 확충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농업의 생산·수급·유통 구조를 ...
책-퇴진하라
책-보수의종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